'BMW' 사고 꽝!…대차는 BMW 아닌 '소나타'로?

11년차 금융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자본시장' 이야기

김도형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6.12.19 13:34
사진=BMW코리아/뉴스1

금융감독원은 201년 4월부터 개정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시행하고 있다. 개정 전에는 '동종'의 자동차를 빌리는데 필요한 비용만큼 보험금으로 지급하였으나, 개정 후에는 '동급(동급의 의미는 비슷한 배기량(cc), 연식의 자동차를 의미)' 자동차를 빌리는데 필요한 비용만큼 보험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BMW사의 5시리즈가 사고 난 경우 과거에는 차 값이 비슷한 외제자동차 상당의 대차료를 보험사가 부담했다면, 개정 후에는 소나타에 대한 대차료만을 지급하게 된다. BMW사의 5시리즈는 신차 기준 가격이 7500만 원 가까이나 되는데 반하여 현대자동차 소나타의 경우 2,200만 원에 불과한데도, 두 차량은 동일한 2000cc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개정된 표준약관의 피해자는 외제차 소유자? 국산차 소유자가 될 수도 있어

위와 같이 개정된 표준약관으로 인하여 가장 먼저 손해를 보는 사람은 고가의 외제자동차 소유자일 것이다. 하지만, 고가의 외제자동차 소유자만 손해를 입는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를 들어 소형 국산 자동차 소유자가 고가의 외제자동차를 들이받았을 때 외제자동차 소유자가 동종의 자동차를 렌트하기를 고집하는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 손해배상책임 법리에 비추어 가해자는 통상손해액과 보험보상액의 차액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우리가 자동차보험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정한 배상한도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사에게 요청할 수는 없고 자부담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결국 같은 보험료를 내고서도 과거보다 보장범위가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대다수의 국산차 소유자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회사에서는 개정 약관이 시행되면 손해율이 개선되어 보험료가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이 개정 약관 시행이 약 7개월여 지난 현재 자동차 보험료는 계속 인상되는 추세에 있고, 보험회사의 영업이익은 증가하고 있다.

개정 표준약관 이후 많은 문제점들이 쏟아져

지난 2016. 12. 15. 필자는 렌트카업체 대표 등 업계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맹추위에도 부산,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100여명의 렌트카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다. 이들은 "개정 표준약관이 유예기간도 두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시행됨으로써 새로 구입한 고가 외제차량들이 전혀 렌트되지 않아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처럼 동종 외제차 렌트비용을 지급받기 위해 외제 차량 소유자들이 보험사에 직접 항의하자 동종 외제차 렌트비용을 지급해 주는 보험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렌터카업체 임원은 "배기량을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는(다운사이징) 최근 자동차 업계 추세를 감안하면 배기량이 동급차량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며 "동급차량의 기준에 배기량 외에 자동차 가격도 반영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10년 된 외제자동차는 배기량이 커서 그에 상응하는 외제 자동차를 대여해 준 반면, 다운 사이징된 새 외제자동차는 이보다 훨씬 비싼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나타를 대여해 주는 헤프닝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없애고 보험회사들이 자유 경쟁하도록 유도해야

자동차보험을 가입할 때 대물배상의 한도를 5천만원, 1억 원, 2억 원, 5억 원 등으로 차등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한 보장범위에 따라 산출되는 보험료도 달라진다. 대차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사고 시 동종·동급 차량을 대차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험료를 지급하도록 하고, 저렴한 차량을 대차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험료를 지급하도록 선택권을 주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동급차량이 반드시 같은 cc의 차량을 의미하는 것은 분명히 아닐진데, 각주까지 넣어가며 "동급차량은 cc, 연식이 유사한 차량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짓기를 강요하며, 보험상품 선택권을 박탈하는 현재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없애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신 보험회사들이 자유롭게 약관을 만들고 상품을 개발하게 함으로써, "남들은 다 소나타 빌려줘도 최고야 보험은 언제나 BMW"라는 광고가 나오게 하는 것은 어떨까?

법무법인(유한) 바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도형 변호사는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금융보험법연구회 간사 등 금융·증권·자본시장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금융법실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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