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 서초동 광고판엔 '이혼·형사' 변호사만 보인다?

"옥외·전단광고 안돼, 변호사 품위 지켜야"…변호사 TV 광고 나올까

박보희 기자 2017.09.11 05:00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지하철 교대역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변호사 광고들인데요. 법원과 검찰청이 지척인 서초동 교대역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변호사 광고판이 벽면 빼곡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각종 분야의 변호사들이 자신의 전문분야를 내세우며 의뢰인들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가만히 살펴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유독 '이혼전문' '형사전문' 변호사들의 광고가 많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상속, 노동 등 변호사들의 전문 영역은 다양할텐데 광고 속에는 유독 이혼이나 형사 전문 변호사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유기 뭘까요?

서초동의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변호사들은 전 의뢰인이나 지인의 소개로 사건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이혼이나 형사사건은 서로 소개를 주고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인맥이나 경력 등으로 사건을 수임하기 어려운 사건의 특성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광고를 통해 사건을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죠.

무슨 얘기인가 싶은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럴듯 한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몰카를 찍다가, 성추행을 하다가 붙잡혀 변호사가 필요한데 주변에 성추행 전문 변호사를 소개해달라고 물어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소개해주는 쪽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내가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했다가 걸렸는데 이 변호사가 사건을 아주 잘 해결해 줬다"고 친구에게 소개시켜주기는 좀 애매한 일이지 싶습니다.

이혼사건 역시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본인의 이혼 사건을 만족스럽게 처리해줬다고 해도 숨기고싶은 사생활을 다 알고있는 변호사를 지인에게 소개시켜주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또 이혼을 고민 중인 사람 역시 주변에 가정사를 알리고 변호사 소개를 요청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거죠.

서초동의 힌 이혼전문 변호사는 "그런 면도 있다"면서도 "아무래도 이혼과 형사가 불특정 다수가 찾는 보편적인 사건이라서 그렇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분야라서 다른 분야와 비교해 광고로 사건을 수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고보면 변호사 광고는 지하철역 이외 장소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방송이나 신문에서도 변호사 광고는 잘 보이지 않는데요. 변호사들은 마음대로 광고를 할 수 없어서 그렇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공익적 성격이 강한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이유로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만들어 변호사들의 광고 활동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또 과거에는 광고를 많이 하거나 '없어' 보이는 방식으로 광고를 하는 것은 전체 변호사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업계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도 광고규제가 생긴 이유이기도 하죠.

이때문에 그동안 변호사 광고는 지하철역 안에 안내판을 설치하거나, 신문에 '개업 인사'를 하는 정도에 그쳤는데요 광고 규정에 따르면 변호사는 지하철이나 자동차 등의 바깥 쪽에 광고를 붙이거나, 길거리에 현수막을 걸어 광고할 수 없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우편이나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제한을 받고, 광고전단을 돌려서도 안됩니다. 이같은 규정을 어기면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변호사 수가 2만명을 넘어서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광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광고 규제를 완화할 경우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등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달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심의 끝에 한 법무법인의 TV광고를 허용했는데요. 변호사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변호사 TV광고 시대가 열릴 것인지 주목하고 있는데요. TV에서 변호사 광고를 보는 날이 올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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