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화우의 조세 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정재웅 2022.09.18 14:1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혹자는 세무조사를 피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피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나 대기업은 평균 5년에 한 번씩 정기 세무조사를 받고 가업승계나 M&A(인수합병) 등 법인의 지배구조나 조직에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비정기 세무조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무조사 대상이 된 기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물으면 '조사를 해도 별로 문제가 될 게 없으니 괜찮다'고 반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게 만연히 대응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개인도 상속세나 증여세는 신고만으로 끝나지 않고 조사가 뒤따른다.

세무조사는 결국 대응이 중요하다. 첫째로 살필 것은 세무조사의 유형이다. 세무조사의 종류에 따라 조사방식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대응 방법도 달라진다. 내국세를 담당하는 세무서는 △정기 세무조사 △비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또 관세를 담당하는 세관은 △정기 법인심사 △비정기 기획심사 △외환검사 △외환조사를 벌이는데, 납세자의 입장에선 조사통지서의 내용만으로 그 종류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 반드시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게 좋다.

세무서는 정기 세무조사에서 기본적으로 납세자가 당초 성실하게 세금을 신고했다는 전제로 적정성을 살펴보고 잘못이 있을 경우 추가로 과세한다. 비정기 세무조사에선 탈세를 제보받는 등 납세자가 신고 의무를 불성실하게 이행했다는 전제로 아무런 사전 통지 없이 조사에 착수한 뒤 조세포탈 등 부정행위 유무에 따라 형사고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세관의 정기 법인심사는 세무서의 정기 세무조사와 비슷하다. 그러나 비정기 기획심사나 외환조사는 납세자가 관세법·외국환거래법·대외무역법 등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세관이 형사처벌을 전제로 직접 조사하게 된다. 외환조사를 담당하는 세관공무원은 사법경찰직무법에 따라 관세법·외국환거래법 등 일정 범죄에 대한 사법경찰 권한이 있어 세무서와 달리 직접 범죄조사를 할 수 있다.

세무조사는 유형에 따라 조사의 목적과 방식에 차이가 있으니 대응 방법도 각각 달라야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어떤 전문자격자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것인지 △입증책임이 조사자와 납세자 중 사실상 누구에게 있는지에 따라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할지에 대한 여부가 갈린다. 조사·검사 단계에선 과세나 고발을 피할 수 있는지, 피하기 어렵더라도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혹은 형사소송의 단계에서 구제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야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세무공무원은 재량권이 매우 크다. 법대로 하는데 무슨 재량이 있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에선 과세나 처벌요건을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회색지대 때문에 과세 형평과 보편타당성의 관점에서 재량권 행사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조사자의 재량권 행사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대리인의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비정기 세무조사·기획심사나 외환조사에 세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의 조력을 받다가 형사처벌의 위험이 제기된 뒤에야 법무법인을 찾는 경우가 잦다. 오랜 세무 경험에 비춰보면 형사처벌의 목적이 강한 세무조사일수록 법인의 기존 사정을 잘 아는 대리인이 있더라도 가급적 형사변론이 가능한 대리인까지 선임하는 게 좋다. 형사처벌은 엄격한 유죄의 증명이 필요하고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어서 조사받는 입장에선 최대한 방어적 태세를 취하는 게 유리한데 가급적 초기부터 제대로 대응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세무조사 대상이 됐을 때 조사반을 잘 안다는 점을 먼저 내세우는 전문가를 대리인으로 선임해선 안 된다. 과거에는 조사반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세무조사 대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은 조사과정에서 제기된 혐의와 문제에 대한 사실관계를 신속·정확하게 파악하고 법적 리스크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업무 능력이 중요해졌다. 법리적으로 설득할 수 없는데도 인간관계를 내세워 선처를 요청한 사례에 비해 일면식도 없는 조사반을 사실적·법리적으로 최대한 성실하게 설득한 사례의 조사 결과가 훨씬 좋았다는 게 필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가 조세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대목이다.

정재웅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유) 화우

[정재웅 변호사는 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 분야다. 그동안 법인세·부가가치세·소득세·상속증여세· 관세 등 전 세목에 걸쳐 다수의 조세쟁송과 자문을 수행했다. 강남세무서 등 외부 위원, 서울지방국세청 조세법률고문으로 활동했고 현재 국세청 조세법률고문과 법무법인(유한)화우의 조세그룹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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