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갖고 있다면…'신고의무' 잊지 마세요

화우의 조세 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이경진 2023.05.08 07:00
가상자산 거래소./사진=뉴스1

해외주식과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계기로 미국 등 해외 금융기관에 계좌를 개설한 한국인이 크게 늘었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면서 국내에도 생활터전을 가진 이중거주자의 수도 증가세다. 그런데 이런 경우 혹시라도 자신이 국제조세조정법에 규정된 '계좌신고의무자'에 해당하는지 꼼꼼히 살펴야 예상치 못한 피해를 면할 수 있다. 단순 실수로라도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과태료·명단공개 등 가혹한 제재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는 2010년 도입돼 2011년 처음 시행된 뒤 개정을 거쳐 전반적으로 강화됐다. 과거엔 잔액 합계가 10억원을 초과하는 해외금융계좌가 신고대상이었지만 지금은 거주자 및 내국법인이 직전연도에 보유한 각 해외금융계좌의 잔액이 매월 말일 하나라도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신고의무가 발생한다. 즉 거주자와 내국법인이 해외금융기관에 2022년 매월 말일 하나라도 총 5억원을 초과한 해외금융계좌를 가지고 있는 경우 올해 6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국세청에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해야 한다.

이런 신고의무를 위반할 경우 과세관청은 신고위반금액의 20%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신고하지 않았거나 금액을 줄여 신고한 액수(이하 신고의무 위반금액)가 50억원을 초과한다면 2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신고의무 위반금액의 13~20%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사정에 따라서는 두가지 형을 함께 받을 수도 있다. 국세기본법상 명단공개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예전엔 벌금액에 하한이 없어 경미한 벌금형이 선고됐지만 최근엔 신고의무 위반금액의 13~20%를 벌금액으로 매길 수 있도록 하한이 규정돼 전반적으로 처벌이 무거워졌다. 계좌신고의무는 매년 의무가 부과되는 탓에 여러 해에 걸쳐 신고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누적된다.

최근 개정된 국제조세조정법에서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에 대한 기준금액을 당초 10억원 초과에서 5억원 초과로 대폭 하향했다. 또 2022년 보유한 가상자산도 포함해 2023년 6월부터 신고하도록 했다. 올해 신고분부터는 가상자산도 합산해야 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금융계좌의 잔액은 각각의 해외금융계좌 자산에 대해 '일별 기준환율 또는 재정환율'로 환산한 뒤 더해 산출한다. 가상자산은 '매월 말일의 종료시각 수량 x 매월 말일의 최종 가격'을 산출해 다른 자산가액에 합산해야 한다. 특히 가상자산의 경우 다른 자산에 비해 가격 등락폭이 큰 만큼 누락 없이 꼼꼼히 합산해 자신이 신고의무자에 해당되는지 판단해야 한다.

자신이 한국법에 따라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가 부과되는 소득세법상 거주자인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소득세법상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이다. 하지만 판례를 보면 법원은 거주기간, 직업,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국내 소재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거주자 여부를 판단한다. 실질적인 생활근거지가 국내에 있다면 국외거주기간이 국내거주기간보다 길더라도 거주자로 본다.

이를테면 A씨가 B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B국 거주기간이 국내 거주기간보다 길지만 국내에 거주하는 가족과 재산이 있는 경우 A씨는 B국 거주자와 한국 거주자에 모두 해당할 수 있다. 이런 이중거주자는 한국과 B국간 조세조약에 따라 어느 나라의 거주자인지가 판정된다. 그런데 최근 국내 법원에선 조세조약상 거주자 여부와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는 관련이 없다며 조세조약상 B국 거주자더라도 한국 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한다면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를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해외 거주자는 단순히 국내 주소가 없고 국내 체류일수가 183일에 못 미친다고 해서 신고의무가 없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가 올해 7월로 시행 12년을 맞는다. 이제는 제도가 국민들에게 널리 홍보돼 신고의무자가 알지 못했다고 변명하기도 어렵다. 한국이 113개국과 금융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고 156개국과 조세정보를 수시로 교환하기 때문에 신고를 잊으면 국세청으로부터 제재 통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해외금융계좌가 있다면 신고기준금액인 5억원을 초과하는지 꼼꼼히 챙기고 해외에 거주하더라도 자신이 신고의무자에 해당하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야 분쟁을 예방하고 제재를 피할 수 있다.

이경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이경진 변호사는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과장, 중요소송TF 팀장으로 재직했다. 국세청과 회계법인에서 쌓은 실무경험과 조세법 지식을 바탕으로 각종 조세문제에 대한 자문 및 심판, 소송사건을 수행하고 있다. 국세청 국세심사위원회 위원, 서울고등검찰청 국가송무상소심의위원회, 국세청 정보공개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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