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 판례氏] 사무장에 떠맡긴 지역구 '분사무소'…"변호사법 위반"

총선 지역구 활동용 분사무소 설치한 변호사, 업무관여도 낮고 사무장 '실질 책임'하에 운영하면 위법

유동주 기자 2016.03.05 08:20

새누리당에 20대 총선 '1호'로 영입된 젊은 변호사들이 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출마를 선언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변호사들 중 일부는 지역구에 분사무소를 두고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위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사무소 위치가 지역구와 떨어져 있는 경우 선거운동 거점을 마련하고 영업영역을 넓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분사무소를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한다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 분사무소 사무장에게 대부분의 업무를 맡겨 처리하게 한 A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을 인정했다.


A변호사는 2002년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다 공천을 받지 못했고 이어진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 지명도를 높이고 선거를 준비하면서 유권자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고 사무장 겸 선거참모 B를 고용했다. 변호사 활동은 다른 지역에서 하고 있었지만 선거운동을 위한 거점이 필요했기 때문에 분사무소 형태로 개업을 한 것이다. 


2심에선 법률사무소에서 나온 수익이 A변호사에게 사용됐고 운영자금을 투입하고 변호사가 명의를 대여하여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 다급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이어 분사무소에서 변호사 관여 없이 직원들이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등기, 소장이나 신청서 작성대행 등 간단한 업무만 다뤘다고 보고 송무사건은 주사무소에서 다른 변호사가 처리하게 한 점을 들어 사무장이 독자적으로 사건을 처리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A변호사가 법률사무소에 가끔 들러 머무르는 수준이었고 실질적으로 사무장 B가 수임활동, 수입·세무 및 직원관리 등 법률사무소 운영과 사건처리를 전담했다고 판단했다. 변호사의 관여정도가 낮다고 봤다. 


아울러 사무장 B가 약 6억원의 총수입 중 직원들에 대한 급여 등 비용을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가져간 것으로 파악했다. 변호사는 사무장에 비해 아주 소액에 불과한 돈만 받아갔다는 것이다. A변호사가 투입했다는 자금도 B사무장의 관리하에 있는 계좌에서 이뤄져 실제로 사무소 운영에 들어간 자금이었는지도 불명확한 것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대법원은 분사무소의 운영은 사무장의 책임과 계산하에 이뤄졌을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 2년 7개월간 분사무소에서 처리한 소장, 답변서, 준비서면, 지급명령신청서, 제소전화해신청서 작성이나 가압류․가처분, 등기, 호적 관련 신청․해제․말소 서면 작성, 고소장 작성 등의 법률사무만 2550건을 수임처리하면서 A변호사는 각 개별 사건에 관하여 사건 검토나 법률상담, 법률서류 작성과 같은 구체적인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봤다.


결국 A변호사가 분사무소에 간철적으로 출근해 업무보고를 받고 채용에 일부 관여하는 정도로는 사무장을 지휘감독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변호사가 가져간 돈도 명의 대여에 따른 조건이나 대가로 봤다. 특히 사무장 B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A변호사가 업무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일관되게 자백한 점도 근거가 됐다. 



◇판결팁=변호사들은 분사무소를 설치해 운영할 경우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을 하고 스스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특히 총선에 나서는 변호사들이 지역구 활동을 위해 분사무소를 설치할 경우에도 업무처리를 사무장이 주도하고 변호사 관여도가 낮다면 대법원 판결과 같이 변호사법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대법원은 변호사가 지역구 활동을 위한 목적으로 분사무소를 개설했더라도 법률사무로 수입을 올리는 과정에서 변호사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사무장이 운영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변호사 증가와 동시에 늘고 있는 '사무장 법률사무소'가 논란이 되면서 법무부도 경각심을 갖고 강력한 제재에 나서고 있다. 변호사 단체에서도 브로커를 통하거나 명의만 빌려주는 등 변호사법 위반행위에 대한 적발건수가 느는 등 전보다 엄격한 잣대로 대하고 있다.


아울러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변호사법위반 범죄를 포괄일죄로 하나로 보는 것도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각기 다른 법률사건에 관한 법률사무를 취급한 변호사법위반 각 범행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체적 경합범이 되는 것이지 포괄일죄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각 사건마다 당사자와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포괄일죄로 볼 수 없어 1·2심에서 약식명령으로 처벌받은 부분을 이미 처벌받은 것으로 여겨 면소처리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로 사무장에게 실질적인 업무를 모두 전담하게 하고 변호사는 명의만 제공하는 수준으로 운영되는 일부 법률사무소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법조계의 자정작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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