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허가권한 없는 직원 잘못된 답변해도 "책임 없어"

안마시술소 개설가능여부, 토지공사 직원 말 믿었다 손해봐도 "최종 판단은 본인 몫"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08.10 12:11

어떤 건물에서 영업을 하려는 사람은 그 건물과 그 건물이 있는 지역 내에 해당 영업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무 장소에나 모든 영업을 무분별하게 허용하게 되면 유치원 옆에 유흥업소가 있게 되는 등의 아이러니한 광경이 연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들로서는 어떤 곳에 어떤 영업이 허용되는지를 알기 어렵다. 때문에 '어딘가'에 문의를 해 확인을 받고, 이를 신뢰해 사업을 진행시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토지공사(이하 공사)'는 건물 용도변경에 대한 허가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 답변을 해도 공신력이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2011다14671)이 있다. 공사에서 한 말을 믿고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게 되더라도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2007년 3월 A씨는 신축 건물에 안마시술소를 운영하기위해 분양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분양상담자로부터 이 건물에는 안마시술소 개설이 안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럼에도 안마시술소 개설을 포기할 수 없었던 A씨는 같은해 4월쯤 사단법인 대한안마사협회 ○○지부 사무국장에게 안마시술소 개설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사무국장은 "지자체 도시계획과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그 사업지구는 전체가 안마시술소 개설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두 달 후 A씨는 안마사 B씨로부터 이 사업지구에서도 안마시술소가 허용되는 블록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이에 A씨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토지공사를 방문해 분양받고자 하는 신축건물에 안마시술소를 개설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그런데 당시 한국토지공사 OO지사 지구단위계획업무를 담당하던 개발팀 과장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현장관리를 담당하던 개발팀 직원 C씨가 '화성동탄신도시 택지공급안내책자' 파일 등 관련 자료와 도면을 검토한 뒤 "개설 가능하다"는 답변을 했다.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은 A씨는 더 이상 추가적인 개설 가능 여부에 관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건물을 분양 받아 안마시술소 시설공사를 시작했다. A씨는 공사가 거의 완료될 무렵인 같은해 9월, 관할관청에 건축물의 용도를 제2종 근린생활시설(안마시술소)로 변경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런데 며칠 후 A씨는 관할관청로부터 용도변경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미 9월 말 공사가 완료됐음에도 안마시술소 개설이 불가능해진 A씨는 자신에게 개설이 가능하다고 답변을 했던 직원이 소속한 '한국토지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질의에 잘못된 답변을 한 한국토지공사 직원 C씨의 과실이 불법행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거래 등의 기초가 되는 정보의 진실성은 스스로 검증하여 거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보제공자가 법령상·계약상 의무 없이 단지 질의에 응답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고의로 거짓 정보를 제공하거나 선행행위 등으로 위험을 야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응답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건축물 용도변경에 관한 사항은 관할 행정청의 소관으로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에 불과한 한국토지공사의 업무라고 볼 수 없다"며 "한국토지공사 직원의 답변만으로 한국토지공사가 A씨에게 그 건물을 안마시술소로 용도변경할 수 있음을 보증했다거나 신뢰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나아가 재판부는 "한국토지공사 직원 C씨가 이 건물에 안마시술소를 개설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를 받고 안마시술소 개설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답변을 했더라도 답변 내용의 정확성에 관한 판단은 최종적으로 갑 스스로 하는 것"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C씨의 이러한 답변에 대해 한국토지공사가 사용자로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씨가 안마시술서 개설 가능 여부를 문의한 한국토지공사 측은 원래 건물의 용도변경에 대한 권한이 있는 관할관청이 아니어서 그 질의에 응답을 할 의무가 없는 입장이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토지공사 직원이 잘못 응답한 것에 대해서도 그것이 불법행위가 아님은 물론 한국토지공사에 대해 직원의 행위에 책임을 지도록 할 것도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A씨는 한국토지공사에 대해 그 직원의 불법행위를 사용자로서 책임지라며 청구한 손해배상의 소에서 패소했다.

 

 

◇ 판결 팁 = 한국토지공사(현 LH)는 그 소속 직원의 사용자로서, 만약 소속 직원이 고의나 과실로 다른 사람에게 위법한 손해를 가했다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질 수 있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법원이 한국토지공사에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은 애초에 소속 직원에게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원은 한국토지공사 직원 C씨에게는 원래 건물의 용도변경에 대해 권한 있는 답변을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C씨가 일부러 A씨에게 거짓 정보를 준 것이 아니라 택지공급안내책자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켜 잘못된 정보를 주게 된 것이라면 A씨의 손해에 대해 C씨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건물 용도변경에 대해 확인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허가에 직접 권한이 있는 관할관청에 직접 문의를 하거나 본인이 영업을 하려는 사업지구 내 건물의 용도변경에 대해 공신력 있는 안내 책자 등을 확인 해 확실히 판단을 한 뒤 사업을 진행하라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 관련 조항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

①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③ 전2항의 경우에 사용자 또는 감독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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