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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 노동법]⑤ '김OO과장 3개월 감봉' 공지, 명예훼손죄 걸릴수도

실명·징계내역 등 사내공지시 명예훼손 구성요건 성립할수도.. 서면동의 등 예방장치 필요

황국상 기자 2017.01.05 16:41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잘못을 해서 징계를 받는 것은 인정하겠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망신을 주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다수 회사에서 징계대상자의 이름과 징계이유, 징계종류 등 사항을 사내에 공지하곤 합니다. 조직내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구성원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유사사안의 발생을 방지한다는 등 목적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해당공고를 통한 '망신주기' 자체를 징계의 일환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회사마다 징계를 사내에 공지하는 방법은 다릅니다.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메일을 통해 징계사유과 징계의 종류 및 기간, 이름 등의 내용을 보내는 곳도 있고 구내식당 등 대다수 직원이 이용하는 공간에 징계사유·종류 등을 공지하는 곳도 있습니다. 

누군가에 대해 징계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 사유를 공개하되 당사자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회사도 있습니다. 물론 회사 측의 징계사항 공지에 당사자 이름이 적혀있지 않더라도 알음알음으로 당사자가 누군지 알려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회사 측이 징계대상자의 신상정보와 징계내용 등을 사내에 공지하는 이같은 조치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행위를 저지른 이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것을 규정합니다.

'공연'이라는 것은 '불특정 또는 다수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한 사람에게만 해당사실을 유포했더라도 최초 정보수령자로 인해 불특정 또는 다수 사람들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에서 일관되게 확인됩니다.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게시했을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접속할 수 있는, 직원전용 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렸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개방된 사이트에 명예훼손 내용을 게시한 행위만 처벌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징계사실의 공지와 관련해 명예훼손죄를 피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신상철 변호사(법무법인 요수)는 "인적사항을 특정하지 않고 징계의 내용만 공지하는 방법이나 필요한 소수의 인원에 대해서만 비밀유지 의사를 확인 후 알리는 방법 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법성을 조각(阻却)할 수 있는 사유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윤상 변호사(법무법인 시헌)는 "징계사실의 사내공지는 명예훼손죄 등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며 "다만 명예훼손죄와 정보통신망법의 타인비방 등의 경우 다른 죄와 달리 위법성을 조각할 사유로 '공공성'을 들고 있는데 해당공지가 공공성을 위한 행위인지 여부를 살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형법 제310조는 명예훼손죄를 구성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조 변호사는 "타인의 행위가 징계대상이라는 점이 충분한 증거와 조사를 거쳐 판단됐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징계내역의 공지로 인해 징계대상 행위를 예방하는 등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임이 명확히 확인돼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또 "징계처분을 내리기 전 대상자 본인으로부터 징계공지에 대한 동의서를 받는 것도 명예훼손죄에 걸릴 우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 경우에도 동의서에 명시된 범위를 넘어선 행위는 금지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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