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규모' 대형소송, 국내 빅6 로펌의 행보는?

황국상 기자세종=민동훈 기자 2017.02.15 08:48
지난해 12월말 서울 강남구 논현동 퀄컴 서울사무소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적인 통신칩셋 및 특허라이선스 사업자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조30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등에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강요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지난 21일 전원회의를 열고 퀄컴의 미국 본사인 퀄컴 인코포레이티드(Qualcomm Incoporated, QI)와 2개 계열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스1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특허공룡' 퀄컴이 불복소송을 제기하기로 하면서 이번 소송에 참여할 쌍방의 대리인단이 어떻게 구성될 지에 눈길이 쏠린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원고인 퀄컴의 대리인단으로는 법무법인 세종과 율촌, 화우 등 3개 로펌의 공정거래 파트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 3개사는 이번 공정위 결정이 나오기까지 퀄컴 측을 대리해 왔던 만큼 업무연속성 차원에서도 이들이 계속 소송을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 규모가 사상 최대인데다 퀄컴 측으로서도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사한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얼마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이번 소송에서 승기를 잡을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퀄컴편에 선 세종·율촌·화우 VS 삼성측의 광장·태평양.. '좌고우면'하는 김앤장
이미 퀄컴 측이 국내에서 공정위 심의과정에서 지불한 금액만 수백억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잘만 하면 엄청난 수임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다수 로펌들이 퀄컴 대리인단에 참가하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퀄컴이 여타 로펌들을 추가로 선임할 가능성도 있다. 소송규모가 큰 만큼 보다 꼼꼼한 채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퀄컴이 특정 로펌을 '찜'하게 되면 해당로펌이 퀄컴의 상대 편에 서서 창을 겨눌 일도 없게 된다.

하지만 국내 여타 로펌들이 퀄컴 측이 제시할 고액의 수임료만 보고 덜컥 퀄컴 측과 손을 잡지 못할 사정도 있다. 자칫 국내 최대그룹이자 법률서비스 시장의 국내 최대의 큰 손인 삼성과 껄끄러운 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의 외양은 퀄컴과 공정위의 싸움의 형식을 갖췄지만 실상은 공정위 뒤에 버티고 섰던 삼성·애플 등 기업들과 퀄컴의 대결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공정위가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 부과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도 삼성, 애플 등 휴대폰 제조사들과 미디어텍, 인텔 등 모뎀칩셋 제조사들이 적극 공정위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은 이번 소송에서 피고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피고 측 이해관계자 자격으로 참가해 공정위의 뒤에서 퀄컴과 법리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법무법인 광장이 삼성과 미디어텍을, 법무법인 태평양이 애플을 각각 대변해 공정위 심의과정에서 퀄컴의 특허남용에 의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광장, 태평양 등은 빠르면 이달 중 개시될 퀄컴의 불복소송에서도 휴대폰 제조사 등을 대리해 퀄컴의 대리인단과 법리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변호사 수 기준으로 부동의 국내 1위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아직까지 어느 진영에 설 것인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국내의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한 때 김앤장이 퀄컴 대리인단에 들어가려고 애를 썼다가 좌절됐다"며 "현재도 김앤장은 퀄컴 측과 휴대폰 회사 측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 관계자는 "대리인 선임기일이 딱 정해져 있지 않고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대리인단에 참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김앤장이 언제 어느 편에 서게 될지는 오리무중"이라고 전했다.

◇200페이지에 달하는 의결서, 소송진행은 어떻게?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3일 공정위가 의결서를 퀄컴 측에 송부하면서 소송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불복소송은 의결서 송부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실제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200페이지에 달하는 한글 의결서를 전부 번역해 퀄컴 측에 전달하고 회신을 받아 소송전략을 짜야하기 때문에 퀄컴 측이 소송을 제기할 시점도 30일의 기한을 꽉 채운 때가 될 전망이다. 이미 퀄컴 측 대리인단은 설 연휴 이전부터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채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 측은 SEP(표준특허) 끼워팔기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공정위의 지적내용은 물론 한국에 특유한 독점규제 절차에 대해서도 큰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 측은 과징금 및 시정명령조치의 부당함은 물론 사실상 1심판결의 효력을 갖는 공정위의 처분이 행정처분이라는 이유로 간소한 절차로 진행된 데다 정식재판에 비해 방어권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등 절차적 문제점을 함께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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