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친절한 판례氏] 완벽하게 작성된 유언장도 '주소' 안 썼으면 '무효'

유언자가 직접 내용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쓰고 날인해야만 유효한 유언장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08.15 03:12

유언장은 사망한 사람이 남긴 생전의 진정한 의사가 적힌 서류라는 점에서 진짜 그 사람이 죽기 전 남긴 서류가 맞는지, 본인의 의사가 담긴 것은 맞는지를 가려내기 어렵다.

 

때문에 우리 민법은 유언의 방식도 5가지로 한정하고 있으며, 민법에서 정한 방식이 아닌 방법으로 유언을 남기면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보는 등 유언의 요건을 상당히 까다롭게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법에서 정한 요건 중 하나만 누락이 돼도 그 유언을 무효라고 본다는 대법원 판단(2012다29564)이 있어 눈길을 끈다.

 

A씨가 사망하자 그가 남긴 유언장의 효력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A씨는 유언을 민법에서 정한 방법 중 하나인 자필증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남겼는데, 그 유언장에는 A씨가 죽기 전 자필로 쓴 생전의 주소가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뜻 주소를 안 쓴 것이 무슨 문제냐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 민법 제1066조 제1항은 자필증서로 유언을 남길 경우에는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해야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주소가 빠진 유언장의 효력이 문제됐던 것이다.

 

A씨의 유언장 용지에 '서울 서초구 ○○빌딩'이라는 영문주소가 적혀 있었으나, 이는 A씨의 자필로 기재된 것이 아니었다. 또 A씨가 직접 적은 유언장에는 여러 지번이 적혀 있었지만, 각 지번은 유언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의 지번들이었지, A씨가 생전에 자신이 살던 곳의 주소를 직접 적은 것은 아니었다.

 

대법원은 A씨가 남긴 이 유언장의 효력을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법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법에서 정하고 있는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봤다.

 

이는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재판부는 "민법에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는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직접 쓰고 날인해야만 효력이 있으므로, 유언자가 주소를 직접 쓰지 않은 유언장은 법에서 정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으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비록 주소가 없다고 해도 해당 유언장이 A씨의 유언장이라고 특정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초래되지 않았더라도 효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 유언장은 A씨가 직접 작성하고, 다른 모든 유언장의 요건을 갖췄음에도 단지 A씨가 생전에 자필로 자신의 주소를 적지 않았다는 이유로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 판결 팁 = 우리 민법에서 정한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 총 5가지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위 사례처럼 본인이 직접 작성해서 서류를 남기는 방법이고, 녹음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등을 말로 녹음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증서 유언은 증인 2명의 입회 아래 본인이 유언의 취지를 말로 이야기 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해 낭독한 뒤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 날인하는 방식이다.

 

비밀증서 유언은 유언자가 자필로 쓴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단단히 봉인해 날인하고, 이를 2명 이상의 증인 앞에 제출한 뒤 자기의 유언서인 것을 표시해 그 봉인한 서류 표면에 제출년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 날인하는 방식에 의한 유언을 말한다.

 

이상의 5가지 유언의 방식에 따라 유언을 할 때, 유언자는 각 방식에서 필요로 하는 요건들을 모두 갖추어야 하고, 이것이 유언의 '요식성', 즉 법에서 정한 요건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성격이다.

 

 

◇ 관련 조항

민법

제1060조(유언의 요식성) 유언은 본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생하지 아니한다.

 

제1065조(유언의 보통방식)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의 5종으로 한다.

 

제1066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①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

② 전항의 증서에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을 함에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

 

제1070조(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①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전4조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의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② 전항의 방식에 의한 유언은 그 증인 또는 이해관계인이 급박한 사유의 종료한 날로부터 7일내에 법원에 그 검인을 신청하여야 한다.

③ 제1063조제2항의 규정은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 적용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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